[일드 2024] 밥을 먹어치우고 꽃이라 고한다: 도쿄 뒷골목 돈키호테 요리사
2024년 3분기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도쿄 MX 드라마 "밥을 먹어치우고 꽃이라 고한다 (飯を喰らひて華と告ぐ)"를 보았습니다.
12분짜리로 총 12회로 방영시간이 아주 짧은 드라마이고 독특한 드라마입니다.
매회 첫 오프닝 나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매회 새롭게 등장하는 에피소드 주인공의 음성으로 들려줍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 가는 도쿄.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 뒷골목에 조그만 중화요리점이 있다.
그곳에 오직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목숨을 거는 남자가 있다. 이집에 온 손님은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웬지 좋았다고."
처음 나레이션을 들으면, 감동적인 힐링 드라마를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곧 황당하면서도 기묘한 이야기 전개에 어리둥절하게 되죠. 이런 반전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매력입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도쿄 뒷골목에 자리한 작은 중화요리집 一香軒(일향헌, 일본어로는 いっこうけん 또는 いっこうげん, 드라마에선 ‘잇카겐’으로 표기). 외관은 평범한 중국집이지만, 이곳은 주인 혼자서 운영하며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가게입니다.
손님이 들어서면 주인은 말합니다.
“무엇이든 만들어드립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하지만 막상 나오는 음식은 전혀 ‘중화요리’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손님의 사연을 듣기도 전에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전혀 예상치 못한 요리를 내어놓습니다.
처음엔 손님도 "내 마음을 읽은 건가?" 하고 감동할 뻔하지만, 곧 주인의 맹한 오해를 깨닫고 당황하게 되죠. 바로잡으려 해도 주인은 이미 혼자만의 확신에 빠져,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현대판 돈키호테. 풍차를 적으로 착각한 채 달려들던 기사처럼, 주인장은 손님의 이야기를 멋대로 각색해 요리와 인생 조언을 건넵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그 황당한 오해가 손님들에게 작은 전환점이 됩니다. 처음엔 혼란스러워하다가, 결국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돌아보고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죠. 마치 맛있는 음식 한 접시와 함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주인장이 내뱉는 수수께끼 같은 속담과 기묘한 대사는, 때로는 현혹처럼 느껴지다가도, 묘하게 마음을 건드립니다.
제목인 밥을 먹어치우고 꽃이라 고한다 도 사실 별의미 없는 제목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나카무라 토오루.
개성 넘치는 외모와 코믹함이 공존하는 배우로, 저는 예전에 *‘집을 파는 여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한층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서도 요상한 주방장 역할을 능청스럽고도 멋지게 소화해냅니다.
짧은 에피소드 안에 농축된 이야기, 엉뚱하면서도 따뜻한 정서, 그리고 예기치 않게 깊은 울림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저도 잇카겐 중국집 가서 주문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무슨 캐릭터로 설정할까 궁금해집니다. ㅋ